대한민국은 각종 안전, 재난, 위기관리 법령을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국가 전체의 리스크를 총괄하는 기본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재난안전법, 산업안전보건법, 식품위생법, 금융위기 대응법 등은 각각의 영역에 국한된 법일 뿐, 국가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체계적 법적 틀은 부재하다.
그 결과, 리스크 대응은 사후 대책이나 분야별 보완에 그치는 조각난 대응으로 반복되고 있다. 리스크관리법의 부재는 사고 발생 시마다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다.
현행 법제도는 대부분 리스크가 현실화된 뒤에야 처벌이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구조다.
그러나 리스크는 ‘미래의 불확실성’이므로, 정책 수립과 사업 기획 단계부터 사전적으로 검토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현재는 부처마다 기준이 달라 통합 관리가 어렵고, 사전 검토 역시 각 기관의 자율에 맡겨져 있어 예방보다 회피, 관리보다 보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영국은 2004년 ‘National Risk Register’를 법제화해 국가 리스크를 등급별로 분류하고, 매년 이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한다.
일본도 ‘재해대책기본법’을 중심으로 중앙정부가 리스크관리 체계를 운영하며, 지방정부는 법에 따라 연계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차원의 리스크관리 기본법은 국제적으로는 이미 보편적인 제도다. 대한민국은 이제라도 따라잡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에 국가리스크관리기본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법은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를 담아야 한다.
리스크 정의 및 분류체계: 재난, 산업, 기후, 금융, 복지 등 모든 분야의 리스크를 국가가 통합 관리하도록 법적 정의 부여
정책 사전 리스크평가 의무화: 모든 국가 정책과 공공사업에 대해 기획단계 리스크 평가 및 검토 절차 명문화
통합 리스크 플랫폼 운영 규정: 국가 데이터 기반 리스크 모니터링·분석 시스템 구축과 운영 주체 지정
민관 협력 체계 법제화: 기업, 시민사회와의 정보공유 및 공동대응 체계 구축
리스크관리 실태공시 제도화: 정책별·기관별 리스크관리 수준을 평가하고 국민에 공개
많은 기관이 “우리는 이미 리스크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제도와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되는 리스크관리는 지속성과 책임성이 약하다.
정권이 바뀌거나 조직의 의지가 사라지면 흐지부지되고 만다.
이제는 리스크관리를 국가운영의 법적 책무로 명시할 때다.
그 시작이 바로 ‘국가리스크관리기본법’ 제정이다.
우리는 지금 ‘누가 책임질 것인가’만 따지는 시스템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기반 없이, 언제까지 반성만 반복할 것인가?
『국정기획위원회에 바란다』 정책제안 3회
“리스크에 귀 기울이는 조직이 강하다” — 리스크관리 문화의 대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