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자율주행차 사고, AI 신뢰성 논란, 해킹에 뚫린 스마트시티…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기술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기술을 관리하지 못한 실패’**라는 점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그 기술을 제도·문화·윤리로 감싸 안을 리스크 관리 체계는 따라가지 못했다. ‘기술혁신=진보’라는 단선적 사고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젠 기술을 국가적 자산이자 동시에 잠재적 위협으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기술 리스크란 단순히 ‘기술이 고장 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기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예측 불가능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 전체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AI가 범죄를 예측하거나 채용을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사용될 때, 그 알고리즘이 공정하지 않다면 사회적 갈등은 증폭된다. 전기차는 친환경 기술이지만 배터리 화재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대중의 불신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기술개발 투자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이를 통제·감독·윤리화할 제도적 기반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AI 윤리 기준, 자율주행 안전규정, 메타버스 내 법적 문제, 이 모두가 담당 부처조차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 R&D 예산은 많지만 기술사회적 영향 평가에 쓰이는 예산은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기술이 앞장서고, 법과 제도는 나중에 고치는’ 사후 대응 국가로 고착될 수밖에 없다.
기술은 이제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전, 법률, 교육, 노동, 복지까지 영향을 미치는 종합적 리스크 요인이다. 이를 총괄할 ‘기술리스크관리국’(가칭)의 설치를 제안한다.
이 조직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술영향 사전평가 의무화 – 주요 기술 도입 전 사회·윤리·안전 영향 평가 실시
기술별 리스크 기준 제정 – AI, 로봇, 자율주행, 바이오, 플랫폼 등
민관 통합 감시기구 – 기술기업과 시민사회의 공동 감시 체계 구축
국민소통 플랫폼 – 기술과 관련된 국민 우려 사항을 상시 청취하고 반영
기술재난 시나리오 훈련 및 대응 매뉴얼 구축
이제 기술은 단순한 경제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존립의 기반이다. 그만큼 기술리스크 관리는 새로운 국가전략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