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를 휩쓴 대형 산불 이후, 산림청과 경북도, 국산목재협동조합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산불 피해목을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자원 순환형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산 목재 자급률 제고, 자원 선순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표면적 목적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작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과 산업계의 경제적 이익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경북에서 수집된 피해목이 충북 등 타지역 제재소로 운반되어 가공된다는 사실이다. 경북 내에도 제재소와 임업인이 존재하며, 일부는 일감 부족으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그럼에도 경북이 아닌 타지역에서 제재가 이뤄진다는 것은 경북 지역 산업의 소외를 방증하는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추진의 중심축인 ‘국산목재협동조합’에 경북의 제재소나 임업인이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사업 주체에서 배제된 경북 산업계가 이 사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자칫 피해목 활용이라는 이름 아래 외부 조직과 타지역 산업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정한 산불 자원 순환 정책은 단지 국산 목재 사용을 확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피해지역 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직접 수집하고 가공하며, 그 이익이 지역경제로 환원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피해 지역 임업인에게는 일자리를, 지역 기업에는 실질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경북도와 각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누구를 위한 자원 순환 정책인지 돌아보고,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피해지역의 목재가 지역 내에서 처리되고, 지역 내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산불이라는 재난에 이어 경제적 소외라는 이중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북도는 산불 목재 순환 정책을 조속히 ‘경북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