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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가 부른 산불…장례문화가 바뀌어야 산다
  • 김학산
  • 등록 2025-03-23 08: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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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의성 산불, 성묘객 실화 추정…전국 산불 60% 이상이 ‘사람 탓’
  • - “매장문화 개선 없인 반복될 것”…전문가들, 화장·수목장 전환 촉구

“전통은 지켜야 하지만, 자연을 태워가며 지킬 수는 없습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최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산불 역시 성묘객의 실화로 인한 발화 가능성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유형의 산불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652건 중 61.3%가 ‘입산자 실화’와 ‘논·밭두렁 소각’ 등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성묘철인 3~4월에만 전체 산불의 약 35%가 몰렸다. 명절, 제사 등으로 성묘객이 몰리면서 무심코 버린 담뱃불, 묘지 주변 정리 중 소각이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성 산불 역시 유사한 사례다. 묘지 근처에서 발생한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산으로 번지면서 대형 산불로 확산됐다. 이재민 수십 명이 긴급 대피했고, 요양병원 환자 200여 명이 안동과 문경 등지로 이송되는 등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장례문화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창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유교적 매장 중심 문화가 여전히 지방에 뿌리 깊게 남아 있지만, 지금은 산림 보존과 안전이라는 공동체 가치가 더 중요해진 시대”라며 “수목장, 납골당 등 자연친화적 방식으로의 전환을 정부와 지자체가 더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묘지 외에도 전국 곳곳에 조성된 **자연장지(수목장)**의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장례의 20% 남짓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은 “선산을 지킨다”는 인식이 강해 변화가 더딘 실정이다.


매장은 조상을 기리는 방법이지만, 산불은 후손의 삶까지 위협한다. “한순간의 실수가 한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경고는 더 이상 경고에 그쳐선 안 된다. 장례와 성묘에 대한 인식, 그리고 문화적 선택이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생명을 지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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