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선리 마을. 고령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한적한 농촌 마을에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사족보행 방식의 인공지능(AI) 재난 대응 로봇이 자율주행으로 골목길을 누비며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지금 대피소로 이동해 주세요”라는 음성 방송을 전하고 있었고, 주민들의 팔목에 착용된 CARE-ON 스마트밴드에서는 실시간 건강 상태와 위치 정보가 관제센터로 전송되고 있었다.
이날은 재난 대응 전문기업 라성에너지(주)가 주관하고, 경상북도청, 유니트리코리아, 다인정공이 함께한 ‘AI 융합형 비대면 재난 대응 시스템’의 실증 실험이 진행된 날이었다.
이번 실증 실험은 2023년 여름, 예천군에서 발생한 산사태 당시 고립된 주민의 구조 지연 사례를 계기로 기획되었다.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 대신 들어가고, 구조를 요청하며, 생존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그 출발점이다.
실험의 핵심은 자율보행형 AI 로봇과 CARE-ON 스마트밴드의 실시간 연동이다. 로봇은 열화상 및 실화상 카메라, 기상센서, LTE 통신모듈을 탑재하여 경사로·계단·비포장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한다. 재난 징후(연기, 진동, 토사 등)가 감지되면 AI가 이를 분석해 음성 방송을 자동 송출하거나, 대피가 필요한 고령자의 집 앞으로 이동해 대피를 유도한다.
스마트밴드는 착용자의 맥박, 체온, 산소포화도, 움직임 등을 측정하며, 낙상이나 장시간 무반응 상태가 감지되면 로봇이 자동으로 출동해 음성 안내를 실시하고, 관제센터에 즉시 알린다.
이날 실증 실험은 산사태, 폭우, 낙석 등 복합 재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었고, 관제센터에서는 로봇의 움직임과 밴드의 신호가 자동으로 연동되어 실시간 중계되었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새로운 재난 대응 체계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라며 “사람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재난 대응의 혁신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라성에너지 유은상 대표는 “이번 시스템은 기술이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사례”라며, “험준한 산간지대나 고령화 마을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현장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증을 계기로 향후 도시 외곽, 국립공원, 고속도로 등 전국 단위 확대도 검토 중이며, AI·로봇·웨어러블 기술을 통합한 공공안전 플랫폼 모델로서의 활용 가능성에도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